아무것도 모르는 0년차 개발자

얼마 전부터 자취를 시작했다.

 

나는 집돌이

나는 본래 게으른 집돌이다.

 

학교에 다닐 때도 혼자 산 적이 없지는 않았지만, 기숙사나 쉐어하우스 같이 다 같이 사는 곳에서만 살았다.

밥은 항상 부모님 도움을 받아 (비장의 무기 엄카) 밖에 나가서 먹었고, 내 방 치우는 게 귀찮아서 그때그때 안 치웠더니 수습이 안될 정도로 난장판이 되곤 했다.

 

반면에 집에 있을때는 항상 따뜻하고 맛있는 음식들이 가득했고, 내 방은 내가 따로 치우지 않아도 항상 깨끗한 상태로 유지되었다.

아버지는 항상 신선한 재료들을 공수해오셨고, 엄마가 삼시세끼 밥을 차려주었고 살림을 꾸렸다.

 

어릴 때부터 지금까지 그런 풍경들이 당연한 줄 알았고, 앞으로도 계속될 줄 알았다.

그럴 줄 알았으면 지금 자취방 바닥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지는 않았겠지?

 

혼자 살게 되었다

갑작스럽게 혼자 살게 되었다.

첫 직장을 집과 2시간 거리에 잡게 되었고, 가족과 논의한 끝에 여러 방면을 고려했을 때 자취가 낫다는 결론을 냈다.

그리고 운명처럼 지금 사는 자취방 매물을 보게 되었고, 일사천리로 계약을 끝내고 입주했다.

 

벌써 3주 정도 되었지만 아직도 실감이 안 나고 어려운 일들이 많다.

부모님의 그늘에서 자라 내가 당연하다고 여겼던 것들은 사실 당연한 것이 아니었고

직장에서 퇴근하고 집에 와서 그 일들을 해내려니 쉽지 않다.

집에서 널리고 널려서 쳐다보지도 않던 과일은 막상 사려니 왜 이렇게 비싼 것이며

잠깐 나갔다 왔는데도 왜 방이 금방 습해지는지 모르겠다.

부모님이 자주 보고싶고 존경스럽다.

나는 3주만 해도 힘든 일들을 어떻게 형이랑 날 뒷바라지하면서 30년씩이나 할 수 있었을까?

 

물론 좋은 점들도 있다.

집이 좁은 편이고 그만큼 내 방도 많이 좁았기 때문에 집에서는 평소에 할 수 없었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었다.

 

이번 주부터 혼자 살면서 느낀 것들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.

 

목차 계획

  • 1화 - 차라리 자취를 해 (취업과 자취방 구하기)
  • 2화 - 욕조 놓을 공간이 있네? (부동산 계약과 이사, 욕조 거래 후기)
  • 3화 - 끝이 없다 (집안일 - 빨래, 쓰레기 버리기, 청소, 요리)
  • 4화 - 어서오세요 (손님 맞이하기) 
  • 5화 - 욕망의 항아리 (음악장비, 운동기구)

 

항상 좋은 글을 쓸 수 있도록 도와주시는 회사의 '앙글' 동아리 식구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.

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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