내가 본격적으로 집을 떠나 자취로 하기로 결정한 것은 지금의 회사(랩이오사)에 입사를 하고 나서 불과 사흘이 지났을 때였다. 본래 나는 집에서 통근을 하는 것을 염두에 두었다. 왕복 4시간에 달하는 긴 거리지만 회사는 내 출신 모교의 바로 앞에 있는 건물에 위치해 있고 4년 내내 다녔던 길이기 때문에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. 자취를 하는 것도 물론 생각 안해본 것은 아니나, 부담스러운 월세방보다는 고시원이나 쉐어하우스를 알아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.
입사 사흘 째에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누워 모교의 커뮤니티 사이트를 살펴보던 중 불과 40분 전에 올라온 글을 보았다. 월세방을 양도한다는 내용이었다. 글쓴이의 계약기간이 나의 첫 계약기간과 정확히 일치하고, 사진으로 보이는 것에 비해 월세가 꽤 저렴했다. 그때 뭔가에 홀린 듯 글쓴이에게 글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바로 문의를 드렸다.
다음 날 아침 출근하는 도중 집을 보러 와도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. 당일 저녁에 약속을 잡고 회사에서 퇴근하자마자 집을 보러 갔다. 여자분의 방이었기 때문에 서랍을 열어보는 등의 행동은 할 수 없었지만 전체적으로 혼자 살기에는 꽤 깔끔하고 넓은 방이었다. 집에 돌아가면서 큰 고민에 빠졌다. 예정에도 없던 자취를 해야하나 싶으면서도 이 곳에서 내 첫 커리어를 시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.
돌아가는 버스 안에서 전화로 부모님을 설득했다. 그리고 나서 글쓴이에게 주말에 계약을 하고 싶다는 의견을 전달했고, 다음 날 바로 부동산에 가서 임대차 계약을 했다. 이삿날은 그 다음 날인 일요일로 결정했다.
그렇게 나의 첫 자취생활은 전격적이고 급박하게 시작되었다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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